그녀의 메일을 읽고 많이 생각했어요. 후쿠오카에서 서로 맞지 않고 짜증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난 그녀를 변함없이 좋아하고 그래서 더더욱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거에요.
원거리 커플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만남에 기대를 걸고 또 그 기대에 실망하기도 하고, 한정된 시간을 누구보다 즐겁고 재밌게 보내고 싶지만 며칠 후 다가올 헤어짐이 너무 슬프고 아플까 봐 지금을 즐길 수가 없나 봐요. 그래서 그녀도 저도 그리도 어두웠나 봅니다.
cielo
늦어서 미안.
sereno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이제 다시는 안 오는 줄 알고 걱정했어요.
cielo
아니, 그냥 생각 좀 정리하느라...
서먹서먹한 분위기...
그녀도 내심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는데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sereno
만나기 전보다 만나고 나서 당신이 더 좋아졌는데 cielo는 아닌 거 같아요.
혹시... 제가 싫어졌나요?
울먹이는 그녀...
cielo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후쿠오카에서 계속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왜 그런건지 표현을 안 하면 알 수 없잖아.
그리고...
sereno
어떤 걸 말하는지 알겠어요.
제가 너무 긴장했었고, 준비도 못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그게 cielo를 더 아프게 했나 봐요. 정말 미안해요
cielo
널 만나러 간 건데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어.
길을 헤매는 것도 재밌었고...
sereno
노력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술도 같이 마시고 cielo를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cielo
아니, 꼭 술을 마셔야 한다기 보다...( ̄ー ̄;
같이 마시면 즐겁기야 하지만 꼭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sereno
아니요. 마실 거예요.
cielo
억지로 마시라는 게 아닌데 ( ̄O ̄) 내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난 니가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같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로 얘기도 하기 쉽고...
sereno
마실 거예요!
같이 마시는 사람이 더 좋잖아요?
cielo
그야 뭐, 혼자 마시는 거 보다야 좋지.
sereno
그러니까 마실 거예요.
이럴 땐 완전 고집불통...Σ/( ̄□ ̄)/
아마도 후쿠오카에서 혼자 술을 마시게 한 게 미안했던 것일까요?
cielo
그래 마셔라 마셔 ( ̄▽ ̄)
sereno
그리고 cielo는 손잡는 거 싫어해요?
cielo
싫어하는 건 아닌데, 때와 장소에 따라겠지.
근데 왜?
sereno
캐널시티 가기 전에 손잡았는데,
손을 빼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요.
cielo
손잡고 싶었는데, 사람들 눈도 신경쓰이고 조금 위화감을 느낀것 같아.
사실 한국에서 여자끼리 손잡고 팔짱도 끼고 다녀서 아무렇지 않은 일인데,
막상 친구가 아닌 애인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꺼리게 됐나 봐.
sereno
그랬구나... 난 또 내가 싫어졌나 하고 자신감이 없어졌었어요.
손잡는 거 싫으면 안 잡을게요
cielo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닌데... 미안.
sereno는 어떤데? 괜찮아?
sereno
전 cielo랑 손잡고 걸어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집 근처나 회사 사람이 있는 곳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상관없구요.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작은 행동이 그녀를 서운하게 했나 봐요.
cielo
그래. 알았어.
손잡고 싶을 땐 언제든 잡아도 돼.
근데, 노래방에선 왜 그런 거야?
sereno
사실, 저 노래방 안 좋아해요. 아니 노래방 자체를 안 가요 ( ̄□ ̄;
음치인데다가 재미도 없고...
cielo
헉, 그럼 말을 하지.
다음부터는 꼭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히 말해. 알았지?
sereno
네, 그리고 마법에 걸려서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았던 것도 있고
맞다, 그랬었다. 왜 눈치 채지 못했지? 그렇게 둔한 사람 아닌데...(ㅠ_ㅠ)
cielo
그런 건 딱 한마디만 하면 같은 여자니까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을...
sereno
cielo가 일본까지 만나러 와 주었는데 아프다고 아무 데도 못 가고 그런 게 싫어요.
그리고 머리도 이상하게 잘라서 아무하고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녀의 망친 바가지 머리는 정말로 정말로 이상했거든요( ̄^ ̄) 루미코상의 걸작,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볼륨감과 바보스러움 (미안-_-a) '그녀와 맞지 않는다'의 30퍼센트 정도는 바가지 머리의 영향이었는지도...ㆀ 그런 그녀가 제 친구까지 만났으니 아마도 엄청난 스트레스였겠죠.
그녀와 저는 후쿠오카에서 너무나도 대화가 부족했나 봅니다. 서로를 생각한다는 게 반대로 독이 됐고, 짧게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오해도 없었을 테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처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건 그렇고 나보다 젊은 애가 노래방을 안 간다니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 Σ( ̄□||||
그렇게 며칠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했고 전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으로 솔직하게, 숨김없이, 대화를 통해 맞춰가자고 약속했답니다.
2007년은 저물어 2008년의 새해가 뜨고,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받았어요.
seren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ielo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잘 부탁해용~♥
sereno
자기~ 나 서울행 티켓 예약했어요!
cielo
정말?! 언제 언제?
sereno
2월달!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2달후에 그녀가 서울에 옵니다!
야호!!!
Posted by ciel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