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바스락~


sereno
아직 6시 반밖에 안됐으니까 더 자요.

cielo
하아~ 졸려~(=_=) 오늘부터 출근하는거야?


3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오늘은 그녀가 회사에 출근하는 날. 아래층에 내려가니 아버님은 벌써 출근하시고, 어머님은 아침 준비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녀의 출근준비과정을 흐뭇한 표정으로 졸졸 따라다니며 견학(?)했지요. 어머님, 그녀, 저 이렇게 셋이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그녀를 배웅했어요.


sereno
아~ 회사 가기 싫어~
혼자 괜찮겠어요?

cielo
괜찮아! 뒹굴거리고 있지 뭐~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쪽

sereno
다녀오겠습니다~~


그녀는 저를 남겨두고 출근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몇 번이나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줬어요. 어머님은 아침 청소가 한창이셨습니다. 이불을 널려고 하는 어머님에게 후다닥 달려갔죠.


cielo
제가 할게요.

어머님
그럴래? sereno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밖에 못 널어.
cielo짱 것만 밖에 널면 될 거 같네.

cielo
네~


그리고 이불을 하나 집어들고 베란다로 나가는데 어머님께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머님
호호, cielo짱. 그건 sereno 이불이니까 안쪽에...(  ´ェ` ;;;)
밖에다 널면 난리치거든...

cielo
아, 네...;;;


... 어머님 죄송합니다. 어떤 게 그녀 이불이고 어떤 게 제 이불인지 몰라요(_ _;;  이불 하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라고 말 못합니다.°・( ノД`)・°・

화단에 물도 주고, 세탁에 설거지도 하시고 주부는 아침부터 할일도 많고 너무 힘든거 같아요. 청소를 어느정도 끝나친 어머님께서 출근시간 10분을 남겨놓고 허둥지둥... 


어머님
cielo짱~ 점심에 도시락 사올테니까 편히 쉬고 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_´)ゞ.

cielo
조심히 다녀오세요~~


상냥하신 어머님도 저를 혼자두는게 걱정스러웠는지 점심시간에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고 출근을 하셨죠. (H짱은 학교때문에 후쿠오카로 돌아갔습니다) 낯선 사람과 같이 있어서 그런지 원래그런지는 몰라도 카브가 게이지 안에서 시끄럽게 짖는걸 주의시키고 나니
.
.
.
할 일이 없다  ̄∀ ̄*)

그래서 카브녀석을 꺼내 같이 놀다가 어느새 TV리모컨을 쥐고 잠이 들어버렸지요.

...똑! 똑! 똑!



cielo
누, 누구세요?╬゚Д゚)

sereno
챠기~

cielo
우와~ 자기~~
어쩐일이야~?

sereno
점심 같이 먹으려고 왔죠.
엄마가 사둔 도시락 받아서 가지고 왔어요~~!!

cielo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맛있다~


sereno
우리 꼭 신혼부부 같지 않아요?
집에 둔 부인이 보고 싶어 점심을 집으로 먹으러 오는 그런...(〃▽〃)
 
cielo
아, 나도 지금 그 생각했는데(ノ∀`♥)

sereno
우리 완전 러브러븐가봐~


웃고 떠드는 사이에 짧디짧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그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도 하고 그녀의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누구가 집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혹시 도둑? (゜Д゜;≡;゜Д゜)" 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아래층을 내다보니 아버님이...


cielo
휴~ 다녀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아버님
오늘은 점심 먹고 바로 퇴근했어~
혼자 심심했지?

cielo
아뇨.. 쫌 뭐, 그냥.. 카브랑 놀았어요.

아버님
옷 갈아입고 내려오너라.
드라이브 가자.

cielo
네~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내려가 아버님 차에 올라탔죠.


cielo
어디로 가는 거에요?

아버님
南郷村(난고손)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게다.

cielo
아, 그렇구나.
 

시내를 빠져나와 속력을 내서 달리니 건물은 하나 둘 없어지고 그야말로 '산'밖에 없더군요. 1시간쯤 지났을까? 깊은 산골과 강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 멀리서 누이동생으로 보이는 어린 꼬마가 자신의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럽더라구요. 하지만, 그 아이들은 먼 귀갓길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드디어 美郷町(미사토쵸) 南郷村(난고손)에 도착. 주차장에 차를대고 마을로 나가니 슈퍼 하나, 식당 하나 정도밖에 아~무것도 없더군요. 정말 산골(?)마을 이었죠. 참고로 난고손은 삼국통일 때 멸망한 백제 왕족이 일본으로 건너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으로 간 곳은 西の正倉院(서쪽 정창원). 아버님이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는데, 2장 다 잔인하게 발목을 잘라주시는 센스..ㅎㅎ

이곳은 나라 정창원과 똑같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정창원은 국가의 중요한 보물이나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인데, 난고손 사람들에게는 백제 왕족의 유물을 정창원과 같은 곳에 보관하길 원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나라 국립 문화재 연구소와 궁내청의 협력을 얻어 준비에서 완공까지 10년이나 걸렸고, 4층 빌딩의 높이와 맘먹을 정도로 건물이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건축미는 그닥 잘 모르겠다는...(-_-a)

두 번째로 간 곳은 百済の館(백제관). 한국기술자가 와서 직접 지은 한옥으로 안에는 민간교류 자료와 부여에 관한 정보 등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한복 시착도 가능했습니다만, 뭐랄까요, 정말 촌스러운 한복이었어요. 지금은 입지도 않을 법한...ㆀ 부여시와 교류도 활발하다는데, 부여시는 예쁘고 제대로 된 한복 하나 기증 좀 해주삼~

사실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그냥 대충 훑어보고 다시 집으로 향했죠. 차 안에서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는 코부쿠로의 음악을 자기식(?)으로 어레인지 하여 열창하던 중,


아버님
cielo는 남자친구 있는가?

cielo
아뇨, 남자친구(는) 없어요(ノ_・。)

아버님
아니, 남자들이 가만 놔두다니 거참 이상하구나.

cielo
(아버님 딸에게 선택되었습니다;;)
헤...그, 그러게 말이에요.

아버님
좋아하는 사람은 있나?

cielo
네, 있어요.


엄청난 질문공세를 받을 거 같은 분위기. 점점 범위가 좁혀질 거 같아서 급하게 아버님께 질문했죠.


cielo
아버님께선 sereno가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버님
아빠로써는 딸에게 잘 해주고 생활력도 있고 사람 됨됨이게 가장 중요하겠지.

cielo
부모님 마음은 다 똑같은 거 같네요.

아버님
요즘 젊은이들은 정신상태도 글러 먹었고 나약해 빠져서
이상한 놈하고 만나려면 평생 결혼 안 했으면 좋겠구나.
그 녀석, 결혼할 생각도 없어 보이고...

cielo
그래요?
아직 결혼 생각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먼산)

아버님
어찌됐든 sereno의 인생이니까 알아서 잘 선택해 나가겠지.
어렸을때부터 손 하나 안갈 정도로 자기 일은 알아서 다하고
부모에게 걱정 한번 안 끼친 아이니까...


부모의 인생이 자식의 인생이고, 자식의 인생이 부모의 인생처럼 여기는 한국의 보통 부모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죠. 부모님을 속이고 있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커밍 아웃할 수도 없고, 정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리고 아버님은 그녀의 얘기, 집안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해주시면서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아버님의 본가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처음 취직했을 때 회사 건물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셨어요.

집에 돌아오니 그녀도 마침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더군요. 후다닥 2층 방으로 올라가 보고 싶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더랬죠.


cielo
있잖아~ 아버님이랑 난고손에 갔다 왔어.

sereno
둘이서요?!

cielo
응. 오늘 일찍 오셨더라고.
그리고 아버님 본가하고
첫 직장이 어디였는지도 알려주시고 재밌었어

sereno
정말 웃겨.
내 친군데 내 얘기도 아니고 완전 자기 어필 (-_-;;)

cielo
핫...( ´ ∀ ` )
니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

sereno
뭐라고요?

cielo
그냥, 섬세하고 착한 아이라고...

sereno
그야 자기 딸이니까 그렇겠죠( ̄□ ̄;
암튼 아빠는 챠기가 엄청 마음에 드나 봐요.

cielo
다행이야~


그녀와 저는 밖으로 나와 집에 있는 자전거 두 대를 타고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갔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같이 자전거 타자고 졸랐거든요. 자전거를 탄 지 하도 오래돼서 처음에는 약간 불안했지만, 그래도 잘 달렸습니다. 그녀는 귀한 자료라며(?) 동영상을 찍더군요...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7시가 다 되어 저녁식사를 예약해둔 가게로 갔습니다. 사귄 지 7개월째 되는 기념일이었거든요. 보통 100일, 1년, 2년, 이런 식으로 기념일을 챙기겠지만, 원거리다 보니 이벤트가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매월 30일 날은 같이 술을 마시거나, 케익을 먹거나, 같이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왔었는데, 이번에 날짜가 딱 같이 있을 때여서 보통 근거리(?)연인처럼 기분 내며 식사라도 하기로 했던 거죠.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같이 보내는 기념일, 화상채팅으로 축하하던 기념일과는 역시 근본부터가 다르더군요...ㆀ 텐션 수직상승 중.



건배~감빠이~!! ヾ(●゚v゚)人(゚v゚○)ノ
음식도 맛있었고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기념일을 보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바람 피면 죽・여・버・리・겠・다・는 그녀의 기념일 축하 메세지까지...(╬。_。) 근처 바로 자리를 옮겨 몇잔 더 마시니 둘다 얼큰하게 취해서 재밌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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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elo

2009/04/28 23:01 2009/04/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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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ymundo 2009/04/29 00:46 # M/D Reply Permalink

    sereno님의 부모님에게 점수를 듬~뿍 따시고 온 건지 모르겠군요 ^^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다음 포스팅을 기대하며 화이팅~~

    토끼 마스크가 참 귀엽습니다 :-)

    1. cielo 2009/04/30 01:07 # M/D Permalink

      첫인상이 좋았는지 점수는 많이 땄는데,
      과연 나중에 딴 점수를 쓸데가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토끼 마스크는 몇년 전에 모아놓았던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줄이야..ㅎㅎ

  2. JNine 2009/04/29 12:01 # M/D Reply Permalink

    죽;ㅇㅕ;ㅂㅓ;ㄹㅣ;겠;ㄷㅏ;;;;
    ㅋㅋㅋ

    1. cielo 2009/04/30 01:08 # M/D Permalink

      ...그래서 조신하게 살고 있습니다 ㅋㅋ

  3. 민's 2009/04/29 14:18 # M/D Reply Permalink

    sereno님은 계속 휴일이 아니었나봐요.
    cielo님을 집에 혼자두고 일이 손에 안잡혔을거같네요.
    점심먹으러 집으로 오는것도 이해가됨ㅎㅎ

    근데 어른들은 노래를 왜 자기식대로 불를까여?ㅋㅋ

    1. cielo 2009/04/30 01:13 # M/D Permalink

      쭉 쉬는건 아니였고, 이틀 일하고 3일 쉬고 또 일하고 그랬었죠.
      골든위크라서 그나마 휴일이 많았어요^^

      저도 나이가 먹었는지, 슬슬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는게
      cielo식 리믹스가 될 거 같아요..ㆀ
      예전에 따라부르던 랩 같은건 이제 흉내도 못낸다는...(-_ㅜ)

  4. 마루날 2009/04/29 16:48 # M/D Reply Permalink

    챠기라는 말이 귀에 쫙쫙 붙습니다. ㅎㅎ
    바람피면 죽여버리겠다는 sereno님의 협박이 ㅎㅎㅎ

    그나저나 이번 골든위크에 어떻게 눈물의 상봉을 하시나요?

    1. cielo 2009/04/30 01:17 # M/D Permalink

      지금은 안그런데, 초창기에는 정말 많이 들었어요.
      몇번이나 다짐을 받았는지...(바람 안피운다니까 -0-;)

      조만간 눈물의 상봉이 있을거 같아요~
      연휴에 안보면 섭하죠^^;;

  5. 진사야 2009/04/30 12:37 # M/D Reply Permalink

    건배ヾ(●゚v゚)人(゚v゚○)ノ ㅎㅎㅎㅎ
    마지막 사진 cielo님 너무 맥주맛을 느끼고 계셔 ㅠㅠㅋㅋ
    재미있게 보내셨군요. 솔직히 쫌 부럽..(-)

    1. cielo 2009/04/30 17:30 # M/D Permalink

      토끼가 지대로 느껴주고 있네요...ㅎㅎ
      부럽죠? (^^;;)
      아~ 부럽다니까 막 염장 지르고 싶은 기분ㅋㅋ

  6. 디노 2009/05/01 11:24 # M/D Reply Permalink

    윽.. 맛있겠다. ㅠㅠ
    센스있는 아버님 덕분에 좋은 시간이셨겠네요 ㅎㅎ
    사진의 발목 자른건 좀 아쉽지만^^ㅋㅋ

    1. cielo 2009/05/02 04:28 # M/D Permalink

      요즘 음식 사진만 올려서 죄송해요(-ㅂ-;;)
      가족들이 다 무뚝뚝해서 그런지 살갑게 구는 제가 이뻐보였나봐요.
      하고싶다는 거 대부분 다 들어주시는 센스쟁이!!

      발목 잘리면 아프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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