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한파에 정신이 나간 그녀와 저는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 날 밤을 불사르기 위해 호텔로 귀환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호텔 bar로 내려갔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 1층에 있는 zoe bar로 이동. 사람도 많지 않고 적당히 발랄한  이곳은 칵테일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애플 마티니는 제 취향에 맞게 독하게 만들어 줘서 참 마음에 들어요. 그녀도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그녀와 오늘이 마지막 밤임을 아쉬워하며 S씨부터 남대문 사건까지 짧은 5일 동안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웃고 떠들었죠. 어느 정도 놀다가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층 the bar로 다시 자리를 옮겼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 :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저는 그녀에게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컴퓨터 팔아먹은 얘기, 차 위에서 뛰어놀다가 차 찌그러진 얘기, 물새는 배타고 나가다 빠져 죽을뻔한 얘기 등, 부모님이 엄격해서 속을 썩여본 적도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 그녀에겐  언니들이랑 맨날 몰려다니며 말썽만 피우는 제 얘기가 너무 재밌었나 봅니다.


sereno
cielo의 어렸을 때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나도 그때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cielo
이제 계속 같이 있을 건데, 추억은 만들어 가면 되지.

sereno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갈까요.
오늘이 마지막인 게 너무 아쉬워요.


cielo
더 많이 놀아 둘걸 그랬다.
다음엔 내가 놀러 갈게. 그땐 더 재밌게 지내자.


술이 얼큰하게 취한 그녀와 저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같이 목욕을 했죠. 한참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제 얼굴이 빨개졌던 모양이에요.


sereno
엇, 얼굴 빨개진 거 처음봤다~
괜찮아요? 괴로우면 말해요~

cielo
조금 덥다...(=o=;;)


숨이 막혀서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순간 공중부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cielo
어엇..!!! ≧□≦)

미끌~ 휘이익~(-_-;; 이미 컨트롤 불능 상태...
그대로 낙하하여 지옥을 보았다죠(;;;)


sereno
헉.. 괜찮아요? 아프지 않아요?

cielo
아야......
아~ 아픈 거 보다 창피해~ (ㅜ_ㅜ)


아하하하하하~ヾ(^▽^)ノ
맨정신이었으면 창문 열고 투신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땐 취해서 쪽팔린 것도 모르고 그냥 같이 웃었죠.


sereno
나체로.. 아잉~
챠기 너무 에로틱해~(ノo ・。)


아~ 집요한 녀석 또 시작했다. 귀를 틀어막고 노래를 불렀죠.


cielo
몰라~ 알 수가 없어~♪ d(>_<)b
난 모르는 일이에요~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갑자기 다가와 저를 코너에 밀어 넣고 이마부터 가슴까지 애무하더니, 눈을 맞추며 말을 했어요.


sereno
이따가 러브러브?

cielo
풉,,,

sereno
싫어요?
아님, 피곤해요?


cielo
아니...
지금은?


sereno
여기서?

cielo
...응(〃▽〃)

sereno
캬~ 좋아요!(ノ∀`♥)


비누거품을 내 욕조에서 한참을 뒤엉켜 뒹글 거리니  HP 0 상태. 목욕을 마치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죠.


"삐비비빅~ 삐비비빅~"


cielo
아~ 벌써 5시야? 3시간도 못 잤는데... 아~ 졸려.
sereno 일어나~ 일어나~

sereno
10분만~ 10분만 더~

cielo
그래, 30분만 더 자자.


"삐비빅~ 삐비빅~"


cielo
벌써 30분이 지났단 말야! 버럭!!

sereno
아~ 난 자지도 않았는데, 벌써?

cielo
나 화장 안 하고 갈까 봐. 그 시간에 더 잘래.

sereno
저두요~ zzZZZ


"삐비비빅~ 삐비비빅~"


젠~장~ ( ̄□ ̄;  ( ̄◇ ̄;
너무 졸렸지만 더이상 늦출 수가 없었어요. 서둘러 씻고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동이 트기 전 아직도 깜깜한 거리. 운전을 하고 있는 저를 계속 바라보며 손을 꽉 잡아주는 그녀.


cielo
졸린 데 더 자


스르르 눈을 감고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든 그녀. 당분간 못 볼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왔지만, 혹시 그녀가 깰까 봐 꾹꾹 참고 앞만 보며 달렸죠.


cielo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빨리 와서 시간이 많이 남네.
안에서 뭐라도 먹을래?


문을 열고 내리려는 저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


sereno
정말 재밌고 고마웠어요.
저기... 아~ 울면 안되는데... 돌아가기 싫어요.

cielo
둘 사이에 무슨 인사야.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
금방 만나러 갈 테니까 울지마~

sereno
빨리 와야 해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진한 키스를 한 뒤,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밥을 먹는 내내 침울한 표정... 아무리 밝게 웃으려 해도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아요. 당장에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전 그녀 앞에서 울 수가 없어요.  그녀가 더 많이 울 테니까...    


sereno
마지막으로 뽀뽀하고 싶은데...

cielo
응? 지금 여기서?

sereno
안 돼요?

cielo
저기... 다음에...
다음에 해줄게.

 
그녀는 못내 아쉬워하며 출국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멀리서 다시 한 번 손을 흔드는 그녀.


sereno
cielo 너무 좋아해요!!!!
안녕~

cielo
도착하면 전화해~ 잘가...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소리가 날까 봐 입을 틀어막고 울었죠. "아...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줄걸..." 손을 뻗어봐도 이제 그녀에게 닿지 않아요.

후쿠오카에서 헤어질 때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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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elo

2009/04/02 22:52 2009/04/0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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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soloture 2009/04/02 23:29 # M/D Reply Permalink

    cielo주세요 >ㅅ<
    챠기~

    2009년 유행어대상

    1. cielo 2009/04/03 05:49 # M/D Permalink

      아직 1/4분기인데, 대상 먹어도 되는건가요?ㅎㅎ

  2. eggleg.net 2009/04/03 00:45 # M/D Reply Permalink

    지금은 간만에 PC방엘 왔어요.
    매번 14인치 노트북으로 보던 이곳!!!
    22인치 LCD 는...양쪽 사이드가 휑~ 하네요 ㅋ
    혼자남겨지는 허전함..외로움..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같을것 같네요.
    저도 점프샷 찍고 싶어요!!! -_ -);;
    저는 어쩌다 포스팅 하는 불량 블로거;;
    cielo님은 성실한 블로거~ 밤엔 아직 쌀쌀 하네요.
    감기 조심이에요~ ^ ^)/

    1. cielo 2009/04/03 05:57 # M/D Permalink

      전 노트북(15.4인치)로만 봐서 몰랐는데,그렇게 휭한가요?
      이런이런...

      지금도 극도로 외로워요ㅠㅠ
      이 후유증은 언제나 가시련지...

      쫙쫙 써내려가야되는데 일주일에 2개이상 포스팅하기가 어렵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전 머리가 지끈지끈...

  3. Raymundo 2009/04/03 01:03 # M/D Reply Permalink

    ㅠ,.ㅠ 원거리 연애는 참 슬프죠...

    바로 며칠 전에 한국와서 놀다 간 거 아는데도, 1년전에 헤어진 얘기를 지금 들으면서 슬퍼지니 묘하네요. 이번에도 역시 헤어질 때는 슬프셨겠어요 ㅠ,.ㅠ

    1. cielo 2009/04/03 06:07 # M/D Permalink

      떠나는 사람은 새로이 갈 곳이 있지만,
      남겨진 사람은 떠나간 자의 빈자리를 보며 더 슬퍼하는 거 같아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귀가 터져라 음악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답니다 ㅠㅠ

  4. 진사야 2009/04/03 03:53 # M/D Reply Permalink

    이 사실을 아십니까. 서울표류기 올라오는 거 읽으면서 '챠기~' 라는 말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자동 오버랩된다는 사실을 =_= 이거 진짜 중독 예감입니다. 엉엉 TㅂT 솔로는 그저 웁니다.

    어떤 인연이든 잠시 동안의 헤어짐은 참 슬프죠. 후유증도 장난이 아니고;;; 후후. 왠지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 cielo님 글 읽다 보면 크게 공감하게 됩니다.^^

    1. cielo 2009/04/03 06:17 # M/D Permalink

      진사야님은 벌써 중독 되셨습니다ㅎㅎ

      같이 보낸 시간이 즐겁고 행복 할수록 헤어짐이 아쉽고 힘들어요.
      사귄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외로움엔 적응이 안되네요...ㅠㅠ

  5. 마루날 2009/04/03 11:49 # M/D Reply Permalink

    요즘처럼 환율이 장난 아닐때는 더 가슴아프겠군요

    저도 와이프랑 5월초에 휴가 묶어서
    일본에 다녀올까 하다가
    환율에 그만...

    그냥 그동안 다녀온
    일본여행 사진이나 꺼내봐야 할 듯 합니다.

    살림을 합치실 계획은 아직 없으신가요? ^^;;;

    1. cielo 2009/04/04 19:11 # M/D Permalink

      정말 환율때문에 괴롭습니다.
      그래도 1300원대로 나려와서 그나마 다행.
      저보다 그녀가 더 오게될지도 모르겠네요.

      살림은 합치고 싶지만, 국적이 다른 저희는 이제 가장 고역스럽습니다.
      이성간이라면 국제결혼을 하여 상대방 나라의 비자를 받을텐데,
      동성인 저희는 그게 안되죠.
      워킹홀리데이나, 유학등 단발성 밖에 없으니까요...
      사귀고나서 줄곧 생각해왔던건데, 답이 안나오네요.

    2. nalrari 2009/04/06 22:56 # M/D Permalink

      저희도 환율 괴롭지만 그냥 다녀오기로 결정했읍니다.공항만 폐쇄만 안되면 그닥 큰 문제는 없을듯..더욱이 물의 축제라하는 쏭크란 축제 기간이라 또다른 볼거리가 될거 같기도 하고..ㅋ

      또 일상에 넘 지치기도 했꾸요.;;이번에 못가고 연기하면 갈기회를 만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때문이기도 하고 ㅎㅎ 걍 6일동안 질리도록 놀다 올려구요ㅋ

      아까 잠깐 여행준비로 남친 만났는데,남친이 지나간 말로 우리 신혼여행 가는거냐고 대뜸 그래서..순간 흠칫했읍니다.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웬 신혼여행이냐고 반문했지만..순간 둘 사이에 몇 초간의 정적이..ㅎㅎ

      남친이 그냥 맥없이 빈말을 던지는 스탈이 아닌지라..곰곰히 생각을 안할수가 없더군요.제 자신 게이로 지금껏 살면서 동성결혼에 관해서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그저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온터지만 우리네 사회가 그리 녹록치 않기에 아무래도 부정에 더 가까울거라고 여겨지는군요.

      왜냐하면 비전통적인 동성결혼은 아시다시피 전통적인 이성간의 결혼제도하곤 사뭇 다르고,일정한 법칙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수도 없이 생깁니다.거기다가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라는 높다란 장벽이 버티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에 가족,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안한 저로서는 한국에선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생각하기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또 결혼을 위해서 커밍아웃을 한다면 너무 많은걸 포기해야 하기때문에 아직까진 그런 점들이 많이 두렵습니다.참 여러모로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동성결혼인듯 싶습니다.ㅠㅠ

    3. cielo 2009/04/08 20:42 # M/D Permalink

      쏭크란 축제 기간 때 갔다오시는군요.
      저도 나중에 그녀랑 가고 싶은데, 다녀와서 좋은데 있으면 알려주세요^^

      동성결혼... 어렵죠. 한국에선 법적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커밍아웃을 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때도 있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새삼 느낄때도 많죠.
      그래서 더욱 움츠러들고 숨기다보면 언제나 제자리걸음.
      성적소수자들은 일반인이 아닌 이반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겠죠.
      '일반인'들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오는 차별이 인권을 얼마나 후퇴시키고
      소수의 목을 졸라매는지 알까요?

      우리 서로 좋아하니까 결혼이 무슨 문제야 같이 있으면 되지,
      대부분 동성커플이 이렇게 생각할텐데...
      저희는 이것마저 순탄치 않으니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한국이나 일본, 둘 중 하나라도 하루빨리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면 좋겠지만,
      인권은 오십보백보인 고만고만한 나라이기에 가망성이 너무 희박한지라-_-;;
      아~ 외국으로 뜨던지 해야지...ㅠㅠ

  6. 비밀방문자 2009/04/04 20:05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cielo 2009/04/04 19:34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너무너무 기쁘구요,
      원거리연애 외롭지만 힘내세요!!

      혹시라도 궁금한점이나 얘기하고 싶으실 땐
      댓글이나 오늘쪽 하단 contact me를 통해 메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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