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염원(?)하던 호텔에 도착하니 그나마 남아있던 힘마저 샤르륵~ 빠지면서 정신과 몸이 분리되는 유체이탈을 잠깐동안 체험했죠.


sereno
내일은 무리하지 말고 푹 자요.

cielo
많이 피곤하긴 했구나.
일어나고 싶어도 아마 못 일어날 것 같다...


불을 끄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깜깜한 방,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나 했더니 옆에서 그녀가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


cielo
혹시... 너도?

sereno
강렬한 S씨가 눈에 아른거려 잠도 안 와요.

cielo
우리 가위눌리는 거 아냐?


그렇게 한참 대화를 주고받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르륵 잠이 들어버린 그녀와 나. 자다가도 나도 모르게 중간 중간 헛웃음을 치는 귀희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죠. 게다가 자면서도 반사적으로 웃는 그녀의 모습 또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  마치 S씨 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약을 찾다 찾다 못 찾아서 끝내 미쳐버린 두 사람 같았어요.

선잠만 자다 깊은 잠에 빠지나 했더니 띵동띵동 시끄럽게 벨이 울리지 뭡니까. "아~ 뭐야 졸린 데... " 잠결에 서로 나가보라며 발로 톡톡 건드리다가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문앞으로 가니 "룸서비스입니다" 라며 대기하고 있더군요.

아, 맞다!  자기 전에 아침 일찍 못 일어날 것 같아 방에 있는 조식 룸서비스 카드를 작성해 문에 걸어놨었지!


cielo

sereno 룸서비스래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


sereno
잠깐, 잠깐만요!


속옷차림의 그녀가 서둘러 바스로브를 걸쳐 입더니 다소곳하게 앉더군요.


sereno
휴~ 이제 됐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 시간 못 잔데다가 깊은 잠을 못 이뤄서인지 음식을 먹으면서도 꾸벅꾸벅~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피로에 쩔어 있었죠.


cielo

그만 먹게? 좀 더 먹어.

sereno
식욕이 없어서요. 나중에 먹을게요.


그러더니 바스로브를 벗어던지고 다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스르륵 눈을 감는 그녀. 저도 식욕이 없어서 그녀를 따라 다시금 잠을 청하려 했는데 갑자기 그녀가 몸 구석구석을 만지면서 괴롭히지 뭡니까(≧▽≦;


cielo

아~ 간지러워~ ヾ(  ̄▽)ゞ

sereno

cielo 주세요(〃▽〃) ←한국어

cielo
응?

sereno
챠기~ 하자 하자 (ノ∀`♥)


풉, 식욕은 없다면서...(;;;)
그녀와 LOVE한 시간을 보내고 같이 목욕을 하니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더군요. 오늘 하루 슬슬 시작해 볼까!

준비를 하고 코엑스로 놀러 갔지요. 그녀의 친구에게 보낼 엽서도 사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속옷가게를 들어갔어가서 보일락 말락 약간 비치는 망사슬립을 두 개 꺼내 들고 어떤 걸 살까 고민하고 있으니 그녀가 첫 번째 것이 제일 예쁘다며 밤에 이걸 입고 춤을 추라는 거예요(...) 야...야메떼~Σ( ̄□||||

점심으로 그녀는 비빔밥 저는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제가 먹고 있던 순두부찌개가 궁금했는지 한입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다며 그때부터(지금도) 순두부 예찬을 하고 있어요. (외국인 친구에게 순두부찌개를 먹이면 백발백중 맛있다고 합니다)

배도 불렀겠다 영화라도 한 편 보면 딱 좋을 텐데 한국어를 모르니 그녀가 재미없을 것 같고, 일본영화는 마침 안하고... 그래서 아쿠아리움에 갔지요. 매표소에 2인 요금을 딱 맞춰 내니 몇천 원 거슬러주며 '뽀뤼~너 디스카운트' 라고 알아서 할인을 해주더군요. 핫, 난 외국인도 아닌데 땡큐~ 

그녀는 수족관을 참 좋아하는 거 같았어요. 물고기 이름도 종류도 잘 알더군요. 이것저것 관찰하거나 신기하다며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좀 반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니 2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더라구요.

그녀와 정처 없이 걷다가 게임센터에 있는 스티커 사진을 발견!


sereno
오! 우리 스티커 사진 찍어요!

cielo
나 거의 10년은 안 찍은 거 같은데...

sereno
저도 한참 유행할 때 찍고 안 찍어봤어요.

cielo
그래 기념인데 한 장 찍자.


동전을 넣고 스타트!
딱딱하게 굳은 몸, 어색한 표정으로 지시에 따라 이쪽도 보고 저쪽도 보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꽤 힘들더군요. 찰칵찰칵 촬영이 끝나고 꾸미기 판으로 이동하여,


cielo
이렇게 많이 진화한 거야? 옛날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sereno
정말 많이 변했네요.
근데 뭐 눌러야 되요? 한국어로 나와서 모르겠어요.

cielo
잠깐만, 이건가?

sereno
이거요?

cielo
아니야 아니야. 그거 말고...


이미 눌렀다. 그건 결정 버튼이었다( ̄□ ̄; 꾸미기 없이 끝났다. 온통 파란 배경에 상기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와 나... 하트라도 하나 넣고 싶었다 (ㅠ_ㅠ)
 

sereno
엇, 이게 뭐야? 끝난 거에요?

cielo

핫... 엇! 보너스 나왔네. 이거 꾸미자.


보너스 시간 180초였다. 스티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들은 날짜도 넣고 스탬프도 찍고 반짝반짝 별에 샤방한 하트에 온갖 잡스러운 것을 다 넣는 데 반해, 그녀와 나는 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데만 해도 한잠 걸렸다. 메뉴 공부만 했다. 180초 다 갔다. 사진 8장 합쳐 다 파란 화면이다(...)
 
그녀와 저는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 완성된 스티커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sereno
허억, 정말 파란 배경밖에 없....

cielo
우리 스티커 사진 왜 찍은 거야?(ㅜ_ㅜ)

sereno
스티커 사진 찍은 의미가 없네요.
증명사진보다 더 무서워...


그렇게 기념이 될 첫 번째 스티커 사진은 보란 듯이 실패로 돌아갔어요.


cielo

우리 나이 너무 많이 먹은 거야?
왜 이런 간단한 기계 조작도 못 따라가는 건데? (-0-?)

sereno

기계가 이상한 거예요!
우린 아직 젊어요.

cielo
그래그래...


그리고 그 이상한 사진을 가지고 호텔로 귀환했죠. 그녀가 서울에 오기 며칠 전에 생일이어서 호텔 베이커리에 생일케익 쿠폰으로 예약해놓은 케익을 찾아 조촐하게나마 생일 파티를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사진과는 전혀 다른 케익이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닙니까!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는... 어차피 받아온 것이니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 그녀. 그녀가 기쁘다는데 케익 조금 다른 게 문제더냐! 둘이 먹기에는 너무 크다 싶었지만, 맛있게 먹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한입 맛을 보니 바로 욕이 나오더군요! (-_- ;;)동네 빵집보다 못한 수준... 완전 실망! (돌아와서 한마디 했습니다)

어제부터 뭔가 꼬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그나저나 S씨한테 연락이라도 올 줄 알았더니 깜깜무소식. 뒹굴뒹굴 거리다 7시에 예약해 놓은 한정식집 용수산으로 고고!

맹박이도 왔다간...ㆀ 우리 맹박이가 국정 운영을 하도 잘해서 지금은 때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보다 그녀가 옆에 시계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더군요. 구입처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려요 (_ _;;)

아무튼 요리에 대해 설명도 하면서 느긋하게 먹고 나니 종업원의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이 외국사람인 그녀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sereno
지금까지 먹은 건 식사가 아니에요?

cielo
한국에서 식사라 하면, 국이나 찌개에 밥을 먹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지.
가볍게 면이나 죽도 좋고...

sereno
그렇게 먹고도 또 먹다니... 대단해!
그리고 면이 가볍나요?

cielo
남자 중에 면은 간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어 (_ _;;)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


냉면과 밥, 디저트까지 다 먹고 일어서니 9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cielo
아아~ 친구가 BB크림 부탁했다고 했나?
명동은 9시부터 문 닫기 시작하니까 빨리 가면 살 수 있을 거야.

sereno
꼭 오늘 안 사도 되는데...
피곤한데 무리하지 말고 내일 사요~!

cielo
또 나오기 귀찮잖아~ 가자!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명동으로 가니 9시가 넘어 뜨문뜨문 문을 닫은 가게들로 한산한 느낌이더라구요. 서둘러 BB크림을 구입하고 명동엔 볼거리가 없어 남대문으로 이동했어요.

"역시 한국에 왔으면 남대문은 한번쯤 봐 줘야지!"

하지만, 이게 웬일인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불이야!!! 남대문에 불이라니...
잿빛 연기를 뿜으며 힘없이 불타는 남대문을 보고 있자니 망연자실해서 그녀와 저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어요.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죠.


sereno
어떻게 이런 일이...


언니B에게 남대문에 관한 문자 메세지가 와서 전화를 걸었죠.


언니B
너희 남대문 간다고 하지 않았었니?
지금 TV에서 남대문에 불났다고 난리도 아니야.
 
cielo
언니, 나 지금 남대문이야.
지금 왔는데 깜짝놀랐어...


언니B
정말이야? sereno가 왔을 때 딱 이런 일이 생기니...
기대하고 갔을 텐데 실망했겠다.

cielo
그게 문제가 아니고, 왜 불이 났대?

언니B
아직 모르겠어. 왜 그런건지 나오면 연락해 줄게.

 
전화를 끊고 남대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었죠.


sereno
cielo 괜찮아?

cielo
응, 괜찮아.
아니 사실 충격 받은거 같아...



털썩... 이번 여행, 순탄치 않은걸... 하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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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elo

2009/03/26 22:45 2009/03/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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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ggleg.net 2009/03/27 06:32 # M/D Reply Permalink

    저...중독인것 같아요. >_ <

    1. cielo 2009/03/27 18:00 # M/D Permalink

      1. 갱신글이 없는데도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방문하십니까?
      2. 읽은 글을 읽고 또 읽으십니까?
      3. 혹시 cielo와 sereno의 모습을 멋대로 상상해 본적이 있습니까?
      4. 실물을 한번 보고싶다고 생각하신적이 있으십니까?
      5. 내 일도 아닌데, 싸우면 걱정되고, 잘되면 기쁘고 그러십니까?
      6. 그냥 손발이 떨리거나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으십니까?
      7. 댓글을 두 번에 한 번은 달고 계십니까?

      이 중, 하나만 해당되도 중독으로 간주하겠습니다(_ _;;ㅎㅎ

    2. 비밀방문자 2009/03/28 02:26 # M/D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cielo 2009/03/28 03:04 # M/D Permalink

      중독 인정!!!! (-0-;;)
      글쓰기에 댓글도 포함시켜 넣겠습니다 (응?!)

  2. soloture 2009/03/27 09:49 # M/D Reply Permalink

    으허허. 기적의 타이밍이군요 남대문. 그나저나

    챠기~ 하자하자>ㅅ<
    챠기~ 하자하자>ㅅ<

    으악 귀여워

    1. cielo 2009/03/27 17:47 # M/D Permalink

      남대문 백만년만에 갔는데, 활활활...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soloture님은 저번에도 그렇고,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잘 찝어내시는군요ㅎㅎ

  3. Raymundo 2009/03/27 10:22 # M/D Reply Permalink

    어머나 베드씬... 부끄...

    "지금까지 먹은 건 식사가 아니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대문 얘기는 정말... sereno님 입장에선 정말 파란만장 외국여행담이로군요. :-)

    1. cielo 2009/03/27 17:53 # M/D Permalink

      베드씬 까지 상상하시다니... 즈질~ㅋㅋ
      저희는 항상 양이 너무 많아서 걱정하고 있어요.
      하나 시켜서 둘이 먹으면 딱 맞을정도!

      정말, 그녀 입장에선 대단한 여행이였을 듯. 남대문에, S씨에(...)

  4. 마루날 2009/03/27 10:42 # M/D Reply Permalink

    1. 메뉴 공부만 했다에 빵 터짐 ^^
    2. 케익에 꽂혀있는 초의 갯수를 보면서 1번에 대해서 어어?
    3. 남대문....

    정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겠군요 ^^

    1. cielo 2009/03/27 17:55 # M/D Permalink

      1. 그땐 정말 황당했지만, 이젠 잘해요(^0^)
      2. 만 나이임. 그래도 젊나요?;;
      3. 나라망신이에요(ㅜ_ㅜ)

  5. 진사야 2009/03/27 12:33 # M/D Reply Permalink

    어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남대문 화재 때 가셨군요 ㅠ.ㅠ 이를 어째.

    챠기~ 하자 하자 (ノ∀`♥) 이거 왠지 중독성이 강한 거 같습니다???으하하.

    1. cielo 2009/03/27 18:59 # M/D Permalink

      제가 남대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줄이야...ㅠ_ㅠ
      챠기~○○○ 중독에 걸리면 웬만해선 빠져나오긴 힘들어요ㅎㅎ

  6. OpenID Logo 미고자라드 2009/03/27 21:55 # M/D Reply Permalink

    옴마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군요.. ㅎㅎ;

    1. OpenID Logo cielo 2009/03/28 03:13 # M/D Permalink

      옴마나~ ㅎㅎ 안녕하세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7. 디노 2009/03/27 23:54 # M/D Reply Permalink

    케익의 촛불 수를 보니...ㅎㅎ

    cielo(시엘로?)님의 글은 정말 대화를 옅듣는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 ㅋ.ㅋ

    1. cielo 2009/03/28 03:00 # M/D Permalink

      디노님이라면 계산하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언니(누나?)라고 부를 분은 찾으셨는지요?^^

      아참, 시엘로(프랑스어의 씨엘)가 아니고
      치엘로(이탈리아어)를 나름(?!)사용하고 있습니다.
      sereno도 그렇구요... 뭐, 아무도 모릅니다(_ _;; 흑...

  8. JNine 2009/03/28 12:44 # M/D Reply Permalink

    역사적인 (좀 굴욕적인) 시간과 장소에 계셨군요.
    저도 중독인가봐용 ㅋㅋ

    1. cielo 2009/03/28 17:21 # M/D Permalink

      어쩜 그렇게 시간도 잘 맞춰 갔는지...
      후훗, 해당사항이 있으신가보군요ㅋㅋ

  9. John 2009/03/30 10:30 # M/D Reply Permalink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ㅋㅋ
    저도 중독인가요? ㅎㅎ

    저도 실물이 너무 궁금해요 ㅠㅠ

    1. cielo 2009/03/30 20:03 # M/D Permalink

      데이트 재밌게 하시고 오셨나보네요^^
      중독자가 늘어날 수록 기쁘기만 하다는...ㆀ

      실물이라..베일로 가려져있어야 재미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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